참여 워크스트림 : Case Studies and Tools
한국의 장기보험 상품 체계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판매 담보의 개수도 상당한데 간편고지 요율 체계 또한 세분화되어 상품의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3보험을 둘러싼 시장 경쟁 또한 심화되어 상품 출시 일정은 빨라지고 있으며, 계리결산 및 리스크관리 이슈도 다양하게 대두되어 회사의 한정된 계리 인력으로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기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머신러닝(ML), 자연어처리(NLP) 등의 AI 기술을 활용하여 계리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주제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국제계리사회(IAA)에서 운영하는 AI TF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관심있던 주제에 대해 학습할 기회라고 판단하여 주저 없이 지원하였고, 2025년 2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AI TF에서 세 번째 워크스트림 Case Studies and Tools(적용 사례 연구)에 참여하였습니다.
해당 워크스트림에서는 머신러닝(ML), 딥러닝(DL), 대형언어모델(LLM) 등 AI기술을 활용한 사례를 다양하게 수집하여(보험 및 타 업권) 계리사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창고(inventory)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희 워크스트림의 리더는 딜로이트 컨설팅의 Simon이었고, AI 도입을 통한 글로벌 보험업 혁신 사례를 열정적으로 연구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서브 리더로는 스위스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분석을 총괄하고 계신 Jacky였는데, 저희 회사에 도입한 가상언더라이팅 모델의 주요 개발자셨습니다. 한국에서 일한 경험도 많으셔서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들을 저희에게 재밌게 소개해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배경의 계리사들이 모인 워크스트림이었습니다.
워크스트림 토론이 시작되자, 리더인 Simon님께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Actuarial Joke를 하나씩 말해보자고 제의하며 먼저 계리사 농담 하나를 조원들에게 건넸습니다.
"내성적인 계리사와 외향적인 계리사의 차이를 아십니까?"
“내성적인 계리사는 말할 때 자신의 신발을 보고, 외향적인 계리사는...상대방 신발을 봅니다”
저는 갑자기 들이닥친 Joke 요청에 당황해서 패스했지만..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다음에 해외 토론이 있을 때 Actuarial joke를 몇 개 준비해두시면 도움이 되실 수도 있겠습니다.
토론이 진행되며 여러 얘기가 오갔습니다. 대다수의 중론이 현재 보험산업에서 인수(U/W)나 손해사정(Claim) 업무에서는 AI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보험계리업은 규제중심적이고, 설명가능성·검증가능성이 중요하여 현재로서는 AI로의 전환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다만, 계리사가 AI를 잘 활용할 경우 향후 본업에 더하여 마케팅, 인수 및 손해사정까지 보험산업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론을 하며 생각했던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해외 계리사들은 ChatGPT API를 활용하여 비교적 가볍게 비즈니스 문제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망분리 규제가 있어서 필연적으로 오픈소스 진영의 LLM 모델(Hugging Face, Llama, DeepSeek 등)을 연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연구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느껴졌습니다, (폐쇄망 환경에서 LLM을 구축하다보면 서버 인프라 환경과 웹 애플리케이션까지 건드리게 됩니다.)
언젠가, 그리 멀지않은 시기에는 AI에게 “이번에 제가 개정한 상품 하나 보여줄테니까, 나머지 전 상품들도 동일하게 개정해주세요" 라고 요청하면 착착 실행되는 AI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잘 시키려면 잘 알아야 합니다. 개별 AI의 동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AI 모델을 조합한 일종의 AI Team을 설계·조직하는 역량도 중요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학습 목적뿐만 아니라 언젠가 회사에도 좋은 보탬이 될거라고 확신하며 ‘26년까지 열심히 연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계리사회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